도시의 구석진 언덕이나 숲길 한가운데, 녹이 슨 철문과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곳은 대개 폐벙커나 탄약고, 또는 방공호와 같은 군사시설의 흔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때는 국가의 안보를 책임졌던 이 공간들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점차 잊혀지고 도시의 그늘진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 군사 유적이 도시 생태공원, 문화공간, 시민 쉼터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폐기와 철거 대신, 보존과 변형, 그리고 생태적 재해석을 택한 도시들이 보여주는 이 흐름은, ‘기억의 장소’와 ‘자연 회복’을 동시에 이뤄내려는 새로운 도시재생 실험이기도 합니다.폐벙커, 탄약고 – 전쟁의 유산에서 생명의 공간으로군사시설은 특성상 외부와 단절되고 안전성을 중시하는 구조입니다. 높은 콘크리트 벽, 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