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상처로 남은 ‘구원의 이름’
1. ‘구원’이 아닌 ‘포기’였던 선택
1950년대, 한국전쟁은 나라를 초토화시켰고 수십만 명의 고아를 남겼다. 정부는 절박한 현실 속에서 해외입양을 선택했습니다. 초기에는 "전쟁 고아를 구한다"는 인도주의적 명분이 강조되었고, 세계 각국은 한국 아이들을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외입양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복지 포기와 외화 수입의 수단으로 변질되었습니다.
1970~80년대, 한국은 세계 최대 해외입양 수출국이었습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고아 수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실은 해외입양 정책의 민낯을 드러낸 것입니다. 양부모를 찾아야 할 일부 아이들은 출생 기록이 조작되고, 친생부모와의 재결합 기회조차 빼앗긴 채 타국으로 보내지기도 하였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해외입양에서, 미국은 가장 많은 한국 아동을 입양한 국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023년까지 약 104,718명의 한국 아동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습니다. 이는 전체 한국 해외입양 아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11,124명), 스웨덴(9,051명), 덴마크(8,617명), 노르웨이(6,160명) 등이 주요 수취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조작된 기록과 지워진 뿌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해외입양 아동은 허위로 '고아'로 등록되었습니다. 부모가 생존해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보내야 했던 가정은, 서류상으로 '사망' 또는 '유기'로 처리됐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아동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다른 아이를 바꿔치기하여 입양을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록 조작은 해외입양인들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자라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코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었습니다. 뿌리를 알 수 없는 혼란과 상실감은 평생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되었고, 일부는 정체성 혼란과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정체성 혼란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겪었고, 때로는 양부모로부터 학대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고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미흡했습니다.
3. 정부의 관리 책임과 복지 포기
해외입양은 민간 입양기관에 의해 주도되었고, 정부는 이를 방관하거나 묵인했습니다. 입양기관들은 입양수수료를 받고 외국 가정에 아동을 보내면서 사실상 ‘입양 비즈니스’를 운영했습니다. 입양 한 건당 발생하는 수익은 기관과 국가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었고, 이는 더 많은 입양을 유도하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정부는 입양기관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소홀히 했고, 입양 아동의 권리 보호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당시 정부 문건에서도 "고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외화를 벌 수 있다"는 식의 실용적 논리가 우세했습니다. 즉, 아동은 보호받아야 할 인권의 주체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도구로 취급되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인권 침해와 정체성 상실의 문제는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아이를 버리는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수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 해외입양의 구조적인 문제점 >
상업화된 입양 | 일부 기관과 브로커들이 입양을 수익 수단으로 활용하며, 입양을 통한 '외화벌이'가 발생했습니다. |
부실한 신원 기록 | 입양아의 생부모 정보, 출생 기록이 조작되거나 사라진 경우가 많아, 성인이 된 후 뿌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
강제 이탈 | 일부 사례에서는 부모의 동의 없이, 혹은 경제적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강제로 자녀가 입양 보내진 경우도 있습니다. |
지원 부재 | 입양아가 성장하여 정체성 혼란, 인종 차별 등을 겪을 때 본국(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
4.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돌아오지 않는 정의
현재 많은 해외입양인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뿌리 찾기는 여전히 험난합니다. 신원 조작으로 인해 생부모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국어 장벽, 제도적 지원 부재 등으로 인해 정착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5년 3월, 56건의 해외입양 인권침해를 공식 인정하고, 정부에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를 권고했습니다. 특히 신원 회복 지원과 가족 상봉을 위한 실질적 프로그램 마련, 시민권 문제 해결 등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조치들이 고통을 겪은 입양인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 지원과 치유의 손길입니다.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해외입양 정책 재정비, 아동 복지 강화, 그리고 역사적 반성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외입양은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도 한국은 국내 입양보다 해외입양 비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며, 입양아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5. 해외입양의 교훈은 바로 "보호"와 "책임"의 의미를 아는 것
해외입양은 원래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그것이 어떻게 상처와 고통의 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였습니다. 아동은 복지 비용의 부담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국가와 사회는 그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해외입양의 과거를 돌아보며, 진정으로 아이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외면하지 말고, 국내 입양 활성화, 가정 보호 정책 강화, 한부모 가족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진정한 치유는 과거를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다시는 아이들이 '구원의 이름' 아래 상처받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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