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많은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던 활주로, 수백만 명의 발걸음이 스쳤던 터미널.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항공노선이 재편되면서 많은 공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버려진 공간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폐공항을 복합문화 허브로 재생”하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도시 혁신의 상징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철거가 아닌, 기억을 품은 인프라의 재탄생.
대형 공항 부지는 도시에서 가장 넓고 구조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공간 중 하나다. 여기에 문화, 생태, 기술, 공동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담아낸다면, 폐공항은 다시금 도시의 심장으로 뛸 수 있습니다.
왜 폐공항에 주목하는가?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도시의 상징성과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활주로, 관제탑, 대형 터미널, 화물구역, 주차장 등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복합시설이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면 기존 도시와 전혀 다른 형태의 공간 실험이 가능해집니다. 폐공항의 공간적 강점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도시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수십만 평 부지, 두 번째는 여객터미널, 창고, 격납고 등 복합 용도 전환 가능, 세 번째는 수많은 이들의 감정이 스쳐간 공공의 기억 저장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접근성인데요, 바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지만 도로·철도 연결망이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공간은 단순 개발 대상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실험실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사례 – 활주로 위에 열린 문화
①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에서 시민공원으로
2008년 폐쇄된 템펠호프 공항(Tempelhof Airport)은 20세기 독일 현대사와 냉전의 상징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공항은 철거되지 않고, 활주로 전체가 공원으로 개방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커뮤니티 농장을 가꾸며, 드론을 날리는 시민들이 활주로 위에 삶을 다시 그려냈습니다.
건물 내부는 전시, 컨벤션, 실험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베를린의 대표적 도시공간 재생 모델로 꼽힙니다.
②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전시·항공박물관 단지로
파리 북부의 르부르제 공항(Le Bourget)은 오래된 민간공항으로, 현재는 여객 운항이 중단되고 국립 항공우주박물관(Musée de l’air et de l’espace)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활주로와 격납고는 전시용으로 보존되며, 세계 최대의 항공기 박람회인 파리 에어쇼가 매년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폐공항은 기술·역사·문화가 융합된 복합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③ 독일 퓌르스텐펠트브루크 폐공항 – BMW 드라이빙 아카데미로의 변신
이 폐공항은 1936년 군용 비행장으로 시작하여 2015년까지 군과 민간 항공의 하늘길을 책임져 왔습니다. 현재는 BMW 그룹의 드라이빙 아카데미로 재활용되어 고성능 차량의 주행 테스트와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비행기는 떠났지만, 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폐공항은 비어 있는 땅이 아닙니다.
그곳은 새로운 도시가 이륙할 활주로가 되고 있습니다.
대형 인프라는 철거가 아닌 재생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도시는 과거의 흔적을 안고,
그 위에 예술과 생태, 기술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갑니다.
다음 비행은, 기억 위에 세운 도시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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