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세계 남성의 날'을 아시나요?

11월19일은 ‘세계 남성의 날’입니다. 전 세계에서 기념되는 ‘여성의 날’과 달리 남성의 날은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기념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날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세계남성의 날의 기원

남성의 날은 지난 1990년대 등장했습니다. 이날은 유엔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은 아니지만 영국, 미국 등 세계 60개국에서 이날을 기념합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은
- 남성과 남자 어린이의 건강을 살피고
- 여성과의 관계개선과 성 평등을 추구하며
- 긍정적인 남성 모습을 주목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반면 일본에는 이러한 인식조차 없어서인지 건강을 되돌아보기는커녕 목숨을 끊는 사례가 무려 4개월간이나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전문가는 “남성에게만 요구되는 무게에 억눌린 안타까운 결과”라고 유감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극단적 선택 4개월 연속 증가

 

2020년 세계 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0월 일본에서 총 215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이는 2019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40%나 증가한 수치로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1.3% 늘어난 1302명이며 여성은 82.6% 늘어난 851명이라고 합니다.

여성의 극단적인 선택이 큰 폭으로 증가해 우려가 나오는 한면 남성의 높은 자살률 추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사회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지난해 OECD 평균 11.3명, 한국은 2배 넘는 24.6명) 1위를 무려 15년간이나 지킨 한국을 일본이 앞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남자면서~” 성차별에도 호소조차 못 하는 그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습니다. 유독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 다양한 원인 중에는 △가족 부양에 대한 의무감과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또 동양경제에 따르면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어느 순간 나타난 ‘코로나 블루’ 영향이 더해져 남성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합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그런가 하면 ‘남성 특유의 의식(인식)’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살 대책에 관한 의식 조사’를 보면 남성(전 연령대)의 경우 ‘고민 또는 스트레스를 느낄 때 누군가에게 상담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망설임’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다나카 유키 다이쇼대 심리사회학 교수는 “남자면서~”, “남자니까” 등의 성차별을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남자면서~” 등의 말은 성차별적인 말이지만 일상에서 흔히 사용될 정도로 익숙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는 “가정과 사회가 남성에 기대하는 건 ‘남자다움’이라며 이와 반대되는 ‘약점’은 어릴 때부터 금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약점을 연상시키는 감정을 표출하지 말라고 배운 소년들이 어른이 돼 주변에 약점을 보일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남성도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쉽게 마음을 터놓고 말하긴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남성도 다양한 일로 고민하고 힘들지만 주변이나 본인 스스로 억압에 묶여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후생노동성의 자살예방상담 정보를 정리한 사이트 이용률에서도 드러나는데 여성의 이용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남성의 경우 ‘고민이나 괴로운 마음을 이해해주고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여성(89.1%)보다 적은(76.4%)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쌓이고 반복되면 심할 경우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남자가 약해서는 안 된다. 고통은 극복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수치다. 남성 스스로 이렇게 생각할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정신과 전문가조차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이 감춰진 고통이야말로 남자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확신한다”

임상 심리사 테렌스 리얼이 저서에서 한 말입니다.

 

다나카 교수는 “고민에 쌓인 사람이 용기 내 상담하려고 해도 상대 반응이 이렇다면 말도 꺼내기 전 주눅 드는 건 당연하다”며 “(남성들은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습니다. 그럴 때 ‘남자니까’라는 인식을 바꾸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힘들다고 말하는 게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용기 있어야 하는 남성에게 마음을 터놓고 말할 용기도 필요해 보입니다.